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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rigjwwe9r0ys_peoplenews:bbsContents 홈피 이사한 후 처음으로 글올리네요..
참 바뻤습니다. 뮤지컬 때문에..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퍽 분주하더군요,
어떻게 하든지 완성도를 좀 끌어올려야 되겠기에...
크리스마스가 코 앞입니다.
제 코앞에는 감기 때문에 콧물이 연신 흐르고요.
누구나 그러겠지만 저 역시 크리스마스에 담긴 추억들이
많습니다.
특히 요즘은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어릴적 새벽송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새벽송은 언제나 12시가 넘어서 출발했습니다.
우선 닭죽으로 든든히 무장하고 옷이란 옷은 죄
껴입지요.
그 때는 교복 외에는 신통한 옷도 별로 없어서
보편적으루다가 벗다 보면 반다시 쟈꾸달린 초록색
츄리닝이 내복맹키로 꼭 나오곤 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쟈꾸는 희한하게도 고장도 잘나서 어떤 친구는
아예 쟈꾸 부분을 재봉틀로 봉합해서 입기도 했지요.
머 이쯤되면 여러분 가운데 '야, 문목사가 보기와는
달리 엄청 없이 살았구나'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특히 사당동 최모, 일산의 오모집사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제법 살았습니다. 험!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제 얼굴이 웬~지 가난과는
멀어 보이는 얼굴 아닙니까? 단지 이북서 전쟁통에
월남하신 아버님의 영향으로 당시 집안 가훈이
'물자절약'이었던 고로 그저 남달리 재활용에 민감할
뿐이었습니다.
좌우단간에 닭죽과 겹겹이 껴입은 옷으로
중무장한 우리 '성탄반지원정대'는 얼굴 각지고
다리짧은 총각 전도사님인 박흥삼젼샨님을 따라
새벽송을 향한 장도에 오릅니다.
새벽송에서 가장 중요한 뽀인뜨는 선물도, 찬양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마음 주던 볼 빨간
단발머리가 나랑 같은 조에 편성되었는가 하는
것이지요.
약수터 살던 눈째지고 음흉한 한수 놈도,
머리가 커서 그런지 유별나게 공부 잘하던 학희란 놈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다 한 단발머리를 향하여 두 몽정기가 달려들기
라도 할짝시면 친구간에도 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어
보이지 않는 기 싸움도 펼치곤 했지요.
하지만 짐작하셨듯이 저는 언제나 승률이 좋았습니다.
한번도 져 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전 그것이 굳이 저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뭐랄까...좌중을 제압하는 말주변에
마음을 열게하는 위트...그리고 결정적인 매너.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솔직했네요.....
어쨌든 새벽송을 도노라면 대부분의 가정들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 2절쯤서 거의 문을 열고 나와서 수고한다
면서 귤, 쵸코파이, 샤브레, 머 이딴걸 주시곤 했는데
게중에는 어이없게도 전지분유 주는 집도 보았습니다.
그나마 어떤 집은 4절짜리 찬송 두곡을 불러도
내다보지도 않는 집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때 돌아서며 느끼는 그 썰렁한 비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암튼 고단했던,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던 새벽송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오면 우리는 학생회실 난로 옆에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사춘기 버즘쟁이 까까머리들과
볼빨간 단발머리들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까지는
연탄난로에 고구마 반관이면 충분하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11시 대예배때는 모두 종적을 감추지요.
다 어디선가 흩어져 짱박혀 자기 때문입니다.
학생회실 장의자에서, 자모실 귀퉁이에서, 심지어
사찰집사님 안방에서 자는 비윗장 좋은 놈도 보았습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책상에 좌정한 후 심호흡
한번 길게 하고는 여기저기서 받은 카드를 분류합니다.
영양가 없는 불*친구들꺼는 제일먼저 추려서 읽지도
않고 책상 귀퉁이에 잘 꽃아 둡니다.
떨리는 개봉은 우선 단발머리들부터 시작하지요.
1년 내내 목이 쉬어서 무슨 말을 해도 늘 컹컹거리듯
들렸던 미란이, 언니 선미에겐 절대 비밀이라며 장문의
편지를 겸했던 영미, 동일한 함구를 부탁하던 그 영미의
언니 선미,
놀랍게도 이름처럼 눈밑으로 왕따시만한 점하나가
박혀있었던 점숙이, 비교적 다른 여학생들 보다 여성
호르몬이 월등히 넘쳐서 늘 엄마 같은 몸매를 과시하던
차숙이,
나에게 여학생들이 겨울철이면 교복치마 밑으로
두꺼운 곤색 츄리닝을 입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임정이.....아아...!
지금 돌이켜보면 카드 한 장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하던 질풍노도의 그때가 제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편리하고 무수한 그 어떤 인터넷 교통수단
보다도 얼추 20년전 300원짜리 카드 한장이 더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속살 같은 흰 종이 위에 배인
잉크에는 보낸 이의 마음냄새가 따라 묻어 났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살인도 추억이 되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오래 전 빛바랜 성탄의 추억을 곱씹어 봅니다.
비록 오늘 나의 성탄의 추억이 전만 못한 것은 사실
이지만 하지만 지금사 예수님을 성탄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을 보면 그때보다 철은 좀 들은 걸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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